“거기서 버티고만 있어도 된다. 무리하지 마라.”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의 이 말은 J.J. 스펀(미국)의 운명을 바꿨다. 그리고 그는 실제로 버텨냈다.
16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오크몬트 컨트리클럽에서 막을 내린 제125회 US오픈에서 스펀은 보기 5개를 쏟아내는 난조를 극복하고 극적인 역전 우승을 일궈냈다. 세계 최고 난이도를 자랑하는 오크몬트에서, 그는 진짜 ‘우승자의 퍼트’를 보여줬다.
스펀은 동료 맥스 호마와의 식사 자리에서 전해 들은 우즈의 조언을 우승 소감에서 떠올렸다. “US오픈은 무리하지 말고 그 자리에 서 있기만 해도 된다. 바람이 바뀌어도, 점수 차가 나도 흔들리지 마라.” 호마가 전해준 이 메시지는, 이날 그가 맞이한 시련의 순간에 분명한 방향이 되었다.
3라운드까지 1타 차 2위였던 스펀은 최종 라운드 초반부터 흔들렸다. 1번부터 6번 홀까지 보기만 5개. 특히 2번 홀에서는 샷이 깃대를 맞고 오히려 그린을 벗어나는 불운도 겪었다. 한때 공동 5위까지 밀리며 우승권에서 멀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오후 중반 폭우로 경기가 1시간 40분가량 중단된 것이 반전의 계기가 됐다. 스펀은 “중단된 시간 동안 옷도 갈아입고 루틴을 완전히 초기화했다. 코치와 캐디 모두에게 우리에게 필요한 시간이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12번 홀에서 버디를 잡은 뒤, 14번 홀에서 다시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15번 홀 보기로 공동 선두가 됐지만, 17번 홀(파4)에서 드라이버 티샷으로 그린을 공략해 버디에 성공, 1타 차 리드를 되찾았다.
마지막 18번 홀에서는 약 20미터 거리의 긴 퍼트를 그대로 집어넣으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어릴 적 TV에서 보던 순간을 내가 만들 수 있다니 믿기지 않는다”며 그는 눈시울을 붉혔다.
이번 우승은 그의 첫 메이저 타이틀이다. 스펀은 2022년 발레로 텍사스 오픈에서 PGA 투어 첫 우승을 거뒀고, 그 이후로는 정상 문턱에서 여러 번 좌절을 겪었다. 특히 3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는 매킬로이와 연장 접전 끝에 준우승에 머물렀다.
스펀은 “그때의 경험이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교훈이 됐다”며 “예전엔 ‘이 대회 잘하면 마스터스 갈 수 있겠지’ 같은 생각으로 복잡했지만, 지금은 한 샷에만 집중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유럽계 미국인 아버지와 필리핀·멕시코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정식 골프 아카데미를 다닌 적 없이 어머니에게서 영감을 받으며 자란 ‘비정통파’ 골퍼다.
우승 후 스펀은 “지금 이 순간이 내 인생 최고의 시간”이라며 미소지었다. 타이거 우즈의 한마디가 그를 버티게 했고, 결국 그를 챔피언으로 만들었다.
사진 = AP, EPA, 로이터 / 연합뉴스
” 댓글은 큰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