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의 축구 전설 디에고 마라도나의 2020년 사망 사건에 대한 재판이 시작되었다. 아르헨티나 검찰은 마라도나의 사망을 ‘살인 사건’으로 규정하고, 그의 치료를 담당했던 의료진 7명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11일(현지시간) 부에노스아이레스주 산이시드로 3형사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는 마라도나의 주치의인 레오폴도 루케를 포함한 피고인들이 출석했다.
검찰 측은 마라도나가 2020년 11월 25일 사망하기 직전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공개하며, 그가 침대에 누워 있는 모습에서 심각한 상태를 지적했다. 마라도나의 입에는 튜브가 매달려 있었고, 그의 배는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있었다. 파트리시오 페라리 검사는 “우리는 마라도나를 희생자로 둔 범죄의 한 장면을 보고 있다”며 “피고인들은 마라도나의 집에서 공포의 극장을 연출한 공모자들”이라고 주장했다.
마라도나는 뇌수술 후 자택에서 회복 중 심부전과 급성 폐부종으로 60세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검찰은 수사 결과, 마라도나를 치료하던 의료진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전문가들은 마라도나가 위독한 상태에 있다는 징후가 무시되었고, 그는 최소 12시간 동안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고 밝혔다.
페라리 검사는 “고인이 된 스타가 받은 치료는 재앙적이고 무모하며 빠진 것 투성이”라며 “그 누구도 각자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반면, 피고인 측 변호사는 치료 방식이 마라도나의 가족과 협의하여 진행되었으며, 살인의 고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으로 기소된 인원은 총 8명이며, 이날 법정에 출석하지 않은 한 명은 마라도나를 처음 발견한 간호사로, 그는 상대적으로 낮은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피고인들이 유죄로 인정받을 경우, 최고 25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변론 절차는 120여 명의 증인을 고려할 때 4∼5개월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법정 밖에서는 마라도나의 팬들이 모여 “정의 구현”을 외치며 피고인들의 엄벌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팬들은 마라도나의 유니폼 번호인 10과 ‘신'(Dios)을 합친 ‘D10S’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었다.
사진 = AP, EPA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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